[김동원] 정의신 ‘재일 코리안 3부작’ 마지막 작품, 〈스미레 미용실〉 한국 초연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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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탄광 폭발로 무너진 가족의 일상 통해 연대와 공존의 의미 조명
| 전무송·최지연·전국향 등 배우 12명 출연…9월 12일 세종M씨어터 개막


전쟁이 끝난 뒤에도 고국으로 돌아가지 못한 재일 조선인들은 규슈의 탄광촌에 새로운 삶의 터전을 만들었다. 정의신의 연극 〈스미레 미용실〉은 1965년 이 마을에서 작은 미용실을 꿈꾸는 수미와 가족의 일상을 따라가다, 한순간 모든 것을 무너뜨린 탄광 폭발 사고를 마주한다. 상실 이후에도 함께 살아가야 하는 사람들을 통해 가족과 연대, 공존의 의미를 묻는 작품이다.


〈스미레 미용실〉은 〈이를테면 마치 들에 피는 꽃처럼〉과 〈야끼니꾸 드래곤〉을 잇는 ‘재일 코리안 3부작’의 완결편이다. 정의신이 20년에 걸쳐 무대에 기록해 온 재일 코리안의 삶이 이 작품으로 마지막 장에 이른다. 그가 직접 쓰고 연출하는 한국 초연은 오는 9월 12일부터 10월 3일까지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열린다. 


작품의 배경은 1965년 일본 규슈의 탄광 마을 ‘아리랑 고개’다. 전쟁이 끝나고도 조선으로 돌아가지 못한 사람들이 모여 사는 이곳에서 수미는 낡은 이발소를 운영한다. 그의 꿈은 언젠가 자신의 이름을 건 ‘스미레 미용실’을 여는 것이다.


수미의 가족은 서로 다른 국적과 선택을 품고 살아간다. 남편 나루히로는 살아남기 위해 일본 국적을 택했고, 시동생 히데히로는 다리를 다쳐 더 이상 갱도에서 일하지 못한다. 수미의 아버지 홍길은 끝까지 조선 국적을 놓지 않으며, 여동생 하루미와 광부인 남편 쇼헤이는 갓 결혼한 신혼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삶의 방식과 생각은 다르지만 이들은 한 상에서 밥을 먹고 서로를 돌보며 가족의 일상을 이어간다.


평범한 일상은 탄광에서 폭발 사고가 일어나면서 무너진다. 가족들은 갑작스러운 상실과 이별을 각자의 방식으로 감당해야 하고, 수미가 꿈꾸던 작은 미용실의 미래도 흔들린다. 작품은 비극의 원인을 개인의 불운으로 돌리지 않고, 탄광 산업과 국적 제도, 노동과 차별이 이들의 삶에 남긴 흔적을 따라간다. 그 안에서도 함께 살아온 시간과 서로를 돌보는 마음이 어떻게 삶을 다시 이어가게 하는지를 보여준다.


이 같은 서사는 1960년대 탄광촌이라는 특정한 장소에 머물지 않는다. 1945년 3월 기준 규슈·야마구치 일대 탄광에서 일한 조선인 노동자는 7만9,702명으로 전체 근로자의 27%에 달했다. 1959년부터 1984년까지는 ‘지상낙원’이라는 선전을 믿은 재일 조선인 8만여 명이 북송선에 올랐다. 작품은 역사 속에서 숫자로만 남은 사람들을 한 가족의 얼굴과 목소리로 불러내며, 국적과 출신을 기준으로 누군가의 자리를 나누고 밀려난 존재를 외면하는 일이 오늘날에도 반복되고 있음을 짚는다.


〈스미레 미용실〉은 〈이를테면 마치 들에 피는 꽃처럼〉, 〈야끼니꾸 드래곤〉과 함께 일본 신국립극장 무대에서 발표된 ‘재일 코리안 3부작’을 이룬다. 세 작품은 서로 다른 시대와 공간의 재일 코리안 가족을 다루면서 역사적 비극 속에서도 웃고 다투고 사랑하며 살아간 개인들의 일상을 기록한다.


정의신은 1957년 일본 효고현 히메지시에서 태어난 재일동포 2세 극작가이자 연출가다. 극단 ‘검은 텐트’를 거쳐 1987년 ‘신주쿠 양산박’ 창립에 참여했으며, 1993년 〈더 테라야마〉로 일본의 주요 극작상인 기시다 쿠니오 희곡상을 받았다. 영화 〈달은 어느 쪽에서 뜨는가〉와 〈피와 뼈〉의 각본을 썼고, 연극 〈야끼니꾸 드래곤〉으로 아사히 무대예술상 그랑프리와 요미우리 연극대상 대상을 받았다.


한국에서는 〈야끼니꾸 드래곤〉을 비롯해 〈적도 아래의 맥베스〉, 한일 합작 연극 〈나에게 불의 전차를〉 등을 선보였다. 2015년에는 국립창극단과 함께 브레히트의 희곡을 전통 음악극으로 옮긴 창극 〈코카서스의 백묵원〉을 만들었다.


공연에 앞서 작품의 역사적 배경을 살펴보는 강연도 마련된다. 근현대 한일관계 연구자인 호사카 유지 교수가 오는 9월 2일 오후 7시 세종예술아카데미에서 조선인 노동자 강제동원과 규슈 탄광촌의 역사를 설명한다.


3c3513fe07662.png▲연극 〈스미레 미용실〉 전체 출연진 (왼쪽 상단부터) 서동갑, 김문식, 최지연, 신현종, 김지훈, 이승우, 홍원기, 송석근, 송영주, 전국향, 전무송, 김동원

 

조선 국적을 지키며 식민지 시절과 해방 이후를 살아온 아버지 홍길 역은 전무송이 맡는다. 1964년 연극 〈마의태자〉로 데뷔한 전무송은 60여 년간 무대와 스크린을 오가며 활동해 왔다.


자신의 이름을 건 미용실을 꿈꾸는 수미 역은 최지연이 연기한다. 수미의 언니 하츠미 역에는 전국향, 생존을 위해 일본 국적을 선택한 수미의 남편 나루히로 역에는 서동갑이 출연한다. 다리를 다친 뒤 갱도로 돌아가지 못하고 수미를 마음에 품는 히데히로 역은 김동원이 맡는다.


수미의 여동생 하루미 역에는 송영주, 하루미의 남편이자 광부인 쇼헤이 역에는 김문식이 나선다. 극의 화자인 큰대길은 홍원기, 패션 디자이너를 꿈꾸는 작은대길은 이승우가 연기한다.


탄광 노동조합 지부장이자 하츠미의 반려자인 오무라 역에는 신현종이 출연한다. 하츠미를 연기하는 전국향과 신현종은 실제 부부로, 이번 작품에서도 부부의 관계를 연기한다. 일본인 광부 키노시타와 와카마츠 역은 각각 송석근과 김지훈이 맡는다.


공연은 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오후 7시 30분, 토·일요일 오후 3시에 진행된다. 9월 24일은 오후 3시에 공연하며 25일은 공연이 없다. 세종문화회관 누리집과 NOL티켓, 예스24티켓, 멜론티켓에서 예매할 수 있다.


[서울문화투데이 진보연 기자] 

출처. http://www.sc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48368